인분 Butterfly Scales
햇살에 젖은 네 몸
위로 솟구치는 생기
거울 속 그림자
나비 같은 네 날개
무성한 나무가 여름빛을 가려
방 안엔 한쪽 구석만 밝아
그 날개 따라 흔들리는
떨어진 인분이 허공에 춤춘다
서로 식어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이 되어도
더 이상 자주 대화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도
모든 연락이 끊긴 사이가 되어도
그저 네게 전하고 싶어
지금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손끝의 인분은 네가 남긴 흔적
역광 속 떠도는 먼지 입자
한 번의 숨결에 흩어질 듯한 연약함
네가 준 떨림은 바꿀 수 없어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가끔 떠오르는 미소로 남길 바래
너도 원할 거야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모두의 시선 속에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기를
나도 알아
아름다운 남자들이 많지만 네가 매일 밤 나와 함께 있기를 택했다는 걸
너도 느낄 거야
네가 잘 아는 분야를 열변할 때 내가 얼마나 빠져드는지
내가 말할 때마다 네 눈이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본다는 걸
겨울 밤 텅 빈 거리에서
내 끝없는 잡담을 들어주고
진지하게 듣고 함께 웃어주던 너
가슴 아픈 후에도 다시 맞출 수 있지만
너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앞으로 우리 어떻게 될까
지금 네가 알아야 할 건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거야
이 시를 쓰고 싶었어
펜을 내려놓을 때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지
사진집 구성: 무수정 사진 102장, 전용 영상, 시 창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