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오후, 햇살이 반쯤 열린 커튼 사이로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공기에는 미세한 열기가 감돈다. 선풍기가 천천히 돌아가며 몇 가닥 머리카락을 날리고, 원래 평온했던 마음도 어지럽힌다.
창가에 기대어, 손가락 끝으로 차가운 유리를 살살 쓸어보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휴대폰 화면이 밝아지며, 단순한 메시지 하나가 입꼬리를 저절로 올리게 한다.
그저 평범한 인사 몇 마디일 뿐인데, 마치 오후에 녹는 얼음처럼 조금씩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먼 곳을 바라보며 그 사람의 미소를 떠올리고, 귀에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시 울리는 듯하다.
어깨에 햇살이 내려앉고, 열기가 점점 퍼져간다. 무릎을 살짝 안고 턱을 그 위에 올린 채, 조용한 방 안에서 생각이 흘러가도록 둔다. 창밖에는 매미 소리가 끊임없고, 심장 박동이 매미 소리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지금 그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어쩌면 나란히 앉아 같은 아이스 음료를 나누며 아무 말 없이도 이 긴 오후를 특별히 부드럽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바람이 살짝 불어들어 더위를 조금 가져가지만, 마음속 그 희미한 기대는 가져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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