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자기가 꽤 긴장할 거라고 생각했어
어쨌든 그가 카메라 뒤에 서 있었으니까
내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걸 지켜보고
내가 평소에 본 적 없는
내 모습으로 변해가는 걸 지켜보니까
처음에는 몰래 카메라를 쳐다보기도 했어
그의 표정을 알고 싶어서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알고 싶어서
그런데 나중에는
그가 거기 있다는 걸 점점 잊어버리는 것 같았어
심지어 몇 번은
일부러 카메라를 보며 살짝 웃어 보였어
그 눈빛이 어떤 말보다 더 그를 괴롭힐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분명 그가 직접 허락한 일이었고
그가 카메라를 들고 기록한 일이었는데
내가 더 이상 그만의 것이 아니게 된 순간
나는 깨달았어
가장 중독되는 건
몰래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선을 넘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그날 마지막에는
나는 거의 카메라 존재를 잊고 있었어
하지만 그는 잊지 않았지...
그는 처음에 내가 조금 부끄러워하던 모습부터
나중에는 완전히 마음을 열고
모든 걸 다 찍었어
사진은 그날 밤 남은 몇 장의 순간일 뿐이야
정말로 나조차 다시 보기 두려운 건
영상 속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