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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직무의 경계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나는 매우 표준적인 평화주의자라서 사람과 충돌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누군가 말이 좀 세고 압박감이 느껴지면 보통 첫 반응은 한 걸음 물러서는 편이야. 일이 좀 더 이성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절대 그 길을 택할 거고, 다툴 수 있으면 다투지 않고, 일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으면 분명하게 말하지.


이런 성격은 물론 장단점이 있어. 장점은 많은 일이 그렇게까지 날카롭게 치닫지 않아도 된다는 거고, 충돌을 잘 일으키는 사람을 만나도 내 목소리를 최대한 부드럽게 해서 상대에게 물러날 여지를 주는 편이야. 많은 경우 상대의 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가라앉곤 하지. 하지만 단점은 가끔 사람들이 나를 좀 만만하게 보고, 심지어 내 한계를 시험하려 들기도 한다는 거야.


그런데 나중에 깨달은 건, 한 사람의 경계와 성격이 점차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인상을 형성한다는 거였어.


네가 평소에 원칙 있게 일을 하고, 지켜야 할 부분은 쉽게 양보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 사람은 그냥 얼버무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알게 돼. 비슷한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말도 더 조심하게 되고, 심지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려고 하게 되지.


오늘은 딱 이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을 봤어.


내 생산관리 동료 두 명이 업체에서 온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서류 내용과 실제 들어온 물건이 일치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이 물건이 결국 장부에 반영됐더라고.


우리 창고에 한 분이 계시는데, 회사에서 공공연히 까다롭고 원칙주의자라고 알려진 사람이야. 일을 아주 꼼꼼하게 하지만 성격과 태도가 좀 차갑고 단호해서, 평소 ‘애매한 말은 하지 말라’는 느낌을 주는 분이지.


그분이 우연히 우리 동료가 이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바로 다가와서 말했어. “그렇게 말하면 오해가 생겨요. 나는 서류가 있을 때만 장부에 반영하지, 절대 대충 반영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동료도 바로 대답했어. “저는 당신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서류는 있는데 실제 물건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장부에 반영된 걸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창고분은 계속 말했어. “그렇게 말하면 오해가 생겨요. 업체 서류에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야지, 내 장부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에요. 나는 서류가 있을 때만 장부에 반영해요.”


그때 동료가 폭발했어. “이미 내가 당신 장부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물건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진짜 너무하네요, 너무 예민하시잖아요!”


나는 옆에서 두 사람이 한 마디씩 주고받는 걸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


정말 무섭다.


만약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아마 다른 방식으로 처리했을 거야.


나는 감정 기복 없이 말했겠지. “아, 아니에요. 저는 당신이 장부에 반영한 걸 문제 삼는 게 아니에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오해하신 것 같아요. 우리는 업체 서류와 실제 입고된 물건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계속 이야기를 마무리했을 거야.


내게는 충돌을 키우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결과니까. 어떤 말은 일부러 덜 날카로운 방식으로 바꿔서 말하기도 해. 상대가 공격받는다고 느끼지 않으면, 많은 일이 계속 타오르지 않기 때문이야.


이게 내가 익숙한 생존 방식이겠지.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으면 평화롭게 해결하고, 정말 다툴 필요가 없으면 다투지 않는 거야.


하지만 동료가 바로 맞받아치는 걸 보니, 또 한편으로는……


꽤 존경스럽기도 했어.


그 사람은 말을 예쁘게 꾸미려고 하지 않았고, 상대 성격이 단호하다고 해서 주눅 들지도 않았어. 그냥 자신의 뜻을 직설적으로 말했지.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 이야기를 한 게 아니야. 너는 스스로 끼워 맞추지 마.”


두 사람은 그 순간 분명 충돌이 있었고, 심지어 좀 무섭게 보이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적어도 서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어.


네가 나를 말하는 것 같으면, 나는 아니라고 말해줄게. 네 장부가 의심받는 것 같으면, 네 입장을 분명히 말해. 네가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하면, 나도 직접 말할게.


누구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내가 “충돌은 피하고, 넘어가자”는 방식은, 때로는 일을 빨리 없애버릴 수는 있지만, 정말 분명히 해야 할 것까지 함께 삼켜버릴 수도 있어.


그래서 나는 서로 다른 성격이 정말 완전히 다른 처리 방식을 낳는다고 생각해.


나는 충돌을 가라앉히는 쪽을 선택하고, 그 사람은 입장을 끝까지 말하는 쪽을 선택하지.


내가 그녀를 보고서 나도 이제부터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그건 내 성격이 아니니까. 하지만 필요한 순간에 계속 물러서지 않고, 모든 말을 공격성이 전혀 없게 다듬어야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천천히 배워갈 수 있을 것 같아.


평화롭다는 게 모든 걸 양보해야 한다는 건 아니야.


충돌을 싫어한다고 해서 내 입장이 없어야 하는 것도 아니야.


때로는 말을 분명히 하고, 경계를 분명히 긋고, 심지어 서로 정면으로 부딪히는 게 나쁜 일만은 아닐 수 있어.


동료들 사이에는 정말 다양한 성격이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고, 나는 아직도 “사람과 충돌하지 말자”와 “계속 물러서지 말자” 사이에서 그 적당한 지점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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