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를 면접 볼 때, 사실 마음을 좀 놓을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상사가 말하길, 전임 생산 관리자가 8년 동안 일하다가 아이가 좀 먼 고등학교에 합격해서 통학이 불편해져서 퇴사했다고 했다. 나는 한 사람이 같은 부서에서 8년이나 있었으니 이 직책이 꽤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했고, 게다가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해줄 테니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면접, 퇴사 통보, 노동기준법 예고 기간을 거쳐 정식 입사까지 대략 2주가 넘게 걸린 뒤, 첫 출근 날에야 전임 생산 관리자가 일주일 후에 퇴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은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속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원래는 여유롭게 인수인계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완전한 인수인계는 단 일주일뿐이었다. ERP 시스템을 전혀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일주일이 정말 너무 짧았고, 생산 관리 업무는 SOP대로만 하는 게 아니라 매일 새로운 상황, 새로운 이상, 새로운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중에 차분히 생각해보니, 상대방을 탓할 수도 없었다.
그도 새 직장을 찾아야 하고, 새 회사의 입사 일정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내가 온다고 해서 계속 자신의 계획을 미루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다른 각도로 보면, 그가 내 면접 때부터 내가 정식으로 출근하고 인수인계를 마친 뒤에야 퇴사한 것은 이미 할 수 있는 만큼 해준 셈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조금 원망하던 마음도 차차 내려놓았다.
다만 실제로 맡아보니 ‘인수인계가 끝났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말을 실감했다. 낯선 ERP 시스템, 알록달록한 스케줄 표, 수없이 많은 엑셀 시트, 용도가 다른 파일들, 서로 연결되지 않는 데이터들. 모든 서류가 “먼저 나를 이해하고 다음 걸 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회사에 들어간 시점이 마침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때였다.
나는 정말 자주 농담처럼 “내가 회사에 워낙 잘 맞는가 보다”라고 말했다. 새 회사에 들어갈 때마다 가장 바쁘고 폭주하는 시기에 합류하게 되는데, 전 회사도 그랬고 이번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천천히 적응하고 배우는 신입 허니문 기간 같은 건 영원히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불평은 불평일 뿐, 하루는 흘러간다.
많은 것들은 인수인계 한 번으로 되는 게 아니라, 매일 넘어지고 수정하면서 서서히 내 경험으로 쌓인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스케줄, 잘 모르던 프로세스, 용도를 구분하지 못했던 보고서들도 그렇게 조금씩 쌓여갔다.
지금도 여전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을 만나지만, 어쩌면 모든 새로운 환경이 그렇듯이 진짜 준비된 날은 없고, 이를 악물고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처음에는 무서웠던 일들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 있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