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혀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두 곳의 회사 면접을 봤는데, 편의상 A사와 B사라고 부르겠다.
흥미로운 점은 두 회사의 연봉이 비슷하고, 기본 복지 제도도 대동소이했다. B사는 해외 직원 여행 복지가 하나 더 있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계속해서 어느 회사가 연봉이 더 높고 복지가 더 좋은지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진짜 고민하게 만드는 게 연봉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20대 초반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일이 내용만 괜찮거나 좋아하면 기본급을 받아도 도전해 볼 용의가 있었다. 좋아하거나 맞는 일이라면 조금 더 노력하고 배우면 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9개월이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나는, 일이라는 게 연봉 외에도 월급을 받을 때 보이지 않는 많은 비용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업무량이 합리적인지, 책임 범위가 명확한지, 인력 배치가 충분한지, 상사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팀 문화가 서로 협력하는지 아니면 가장 책임감 있는 사람에게 일을 떠넘기는지 같은 것들이다.
이런 질문들은 예전의 내가 거의 하지 않았던 것들인데, 지금은 매 면접마다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됐다.
솔직히 이번 면접 때 나는 매우 긴장했다. 답변을 잘 못할까 봐서가 아니라, 또다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는 환경에 들어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면접관 앞에 앉아서도 나는 계속 질문을 던졌다.
업무는 어떻게 배분되나요?
한 사람이 몇 개의 제품을 담당하나요?
야근이 일상인가요?
이직률이 높은가요?
상사는 보통 팀을 어떻게 관리하나요?
어떤 질문들은 면접관이 너무 많이 묻는다고 느낄까 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다. 이미 아파봤기 때문에 실제 업무 모습을 더 알고 싶었고, 일의 겉모습이나 브랜드, 연봉 때문에 매일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들을 또 놓치고 싶지 않았다.
A사는 업무 내용이 내 경험과 더 잘 맞고 제도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이 끌렸다. B사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고 새로운 업무를 접할 수 있어 미래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았다. 두 회사 모두 장단점이 있고 완벽하지는 않다.
예전의 나였다면 계속 최고의 선택지를 찾으려 했겠지만, 지금은 일에 ‘최고’는 없고 ‘맞는지’만 있다는 걸 안다. 더 중요한 건, 이 일이 매일 불안감을 안고 출근하게 만들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이직 준비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았다. 내 경험이 가치 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면접관들은 내 업무 내용에 관심을 보였고, 내가 쌓아온 능력을 인정해줬다. 한때 나를 의심하게 만들었던 부분들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오히려 내 강점이 됐다.
나는 깨달았다. 환경이 정말 한 사람의 자기 평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매일 문제를 수습하고 스스로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닌지 의심하다 보면, 진짜 자신이 부족하다고 믿게 되기 쉽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능력이 사라진 게 아니라 그 환경이 계속해서 자신감을 깎아내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번 이직 준비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어느 회사가 나를 뽑았다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는 점이다.
노력에 보답이 있기를 바란다. 노력 자체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기를. 일에 도전이 있되 매일 불을 끄는 식은 아니기를. 상사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문제가 계속 반복되지 않기를. 퇴근 후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내일 또 무슨 일이 생길까가 아니라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였으면 좋겠다.
서른이 됐지만 나는 여전히 노력하고 싶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 다만 지금의 나는 내가 얼마나 압박을 견딜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보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싶다. 좋은 일은 매일 이를 악물고 버티게 만드는 게 아니라, 생활도 잘 챙길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게 아마 20대와 곧 서른이 되는 나의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예전에는 ‘일자리’를 찾았다. 지금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삶’을 찾고 있다.